쓴다는 것은

느닷없이 사랑이 하고 싶은 그대는 무제를 무죄라 쓴다. 여름에 봄을 떠올리다 낙엽과 겨울비 내리는 소리를 쓴다. 새와 물고기와 고양이와 앞을 내달리는 검은색 강아지의 언어로 마지막 문장을 쓴다. 줄임표를 쓰고서 계절이란 단어를 봄이라 고쳐 쓴다. 잠이 들려는 그대는 속마음 들킬세라 밤의 유의어들로 유희적인 시를 쓴다.방한복 입고 털장갑 끼고 털모자 쓰고 눈 덮인 길을 쓴다. 넥타이를 머리에 쓴다. 건배를 나눈 술이 쓰다. 그대는 짠하다.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