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하나가 없는 새는 종일 날았다. 새는 보이는 것을 보았다.
우산을 쓴 사람들. 다가가지 않을 것. 골목을 어슬렁거리는 한 무리의 어린이들. 가까이 가면 큰일 남. 고양이 밥그릇. 위험한 먹이. 새는 기억해야 하는 것을 기억했다.
나쁜 먹이와 좋은 먹이, 집짓기, 남의 집 빼앗기, 짝짓기, 알을 낳기와 품기, 숨기, 날기, 피하기, 이런 것은 새가 아는 것들. 새의 목소리로 새를 부르기. 새의 목소리로 새에게 답하기.
새는 인간의 말을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새가 어린이의 창가에 내려와 앉았을 때, 하나의 다리로 비틀거리다 이윽고 날개를 접고 앉았을 때,
새와 어린이는 서로를 마주 보았다.
어린이는 창가의 책상 앞에 홀로 앉아 있었다.
새도 혼자였다.
둘은 서로의 음성을 들었다. 안녕? 어린이가 물었다.
새는 새답게 고개를 앞뒤로 갸웃거리며 짹짹, 소리를 냈다.
어린이는 새의 행동을 오해했다.
어린이는 새가 없는 다리 한쪽이 그리워 운다고 생각해보았다.
헤어진 어미, 아비, 형제, 자매 새들이 그리워 운다고도 생각해보았다.
그러나 새에게는 인간의 생각이 없다. 새는 새의 생각을 할 뿐이다.
어머니가 들어와 창문을 닫으셨다.
새는 날개를 푸드덕거리며 날아올랐다.
멀지 않은 길가의 가로수 높은 가지 위에 앉는다.
어린이는 저녁 식탁 앞에 앉는다. 수북한 야채 그릇을 가리키며,
먹고 싶은 만큼 덜어 먹으라고 어머니가 말씀하신다.
실내에는 고기 굽는 냄새가 가득하다. 어린이는 다리 없는 새를 생각하며
눈앞에 놓인 닭다리를 바라본다.
이것을 돌려줄 수 있다면, 어린이가 생각한다. 이것을 돌려줄 수 있다면……,
그러나 돌려줄 수 없는 거라면 먹어야 하는걸까.
어머니가 닭고기 먹기 싫니? 물으셨고, 생각에서 갓 깨어난 어린이는 뭔가 끔찍한 일을 당한 사람의 표정으로 어머니를 바라본다.
임유영, 「생일 기분」 전문
임유영 생일 기분을 읽고.
‘다리 하나가 없는 새는 종일 날았다. 새는 보이는 것을 보았다’
‘어린이는 새가 없는 다리 한쪽이 그리워 운다고 생각해보았다’
새는 다리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날았다’라는 동사가 그 말을 받쳐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은 다리로 걷습니다. 인간의 관점에서 다리가 한 쪽 없는 것은 매우 큰 불행이죠.
그러나 새는 그렇게 생각할까요? ‘새는 보이는 것을 보았다’
새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어린이의 관점에서는 새가 불행해보일 수 있습니다.
어린이라는 시어의 상징성을 생각해본다면, 순수함, 깨끗함을 상징할 수 있습니다.
관점의 차이에 대해서 시인은 “너는 어떻게 생각해?”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는 기억해야 하는 것을 기억했다’
‘먹고 싶은 만큼 덜어 먹으라고 어머니가 말씀하신다.’
새가 기억하는 것은 ‘본능’입니다. 집짓기,좋은 먹이, 짝짓기, 알을 낳기 등 이것들은 본능에 의거해서 이루어지는 행동들입니다. 그러나 어린이는 “교육”을 받습니다. 먹고 싶은 만큼 덜어 먹는 교육 등. 본능과 이성에 대해 차이를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생각에서 갓 깨어난 어린이는 뭔가 끔찍한 일을 당한 사람의 표정으로 어머니를 바라본다.’ 시의 제목은 생일 기분입니다. 어린이는 어떤 것을 깨닫고 새로 태어났을까요?
이 시는 정답이 없습니다. 그저 ‘관점’과 인간이 생각하는 ‘윤리’에 대해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본능과 이성, 관점, 윤리 등 꽤 많은 메세지를 품고 있지만, 결국 정답은 없습니다. 쓰고 싶은 시와, 써야만 하는 시. 문학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볼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이 시를 보면서 들었던 의문은 “왜 닭다리일까?” 닭은 날지 못하는데, 그럼 닭은 다리가 중요할텐데, 어째서 닭다리였을까. 일상생활에서 식용으로 많이 쓰이는 새의 종류이기 때문에 이러한 이유에서 닭다리라는 시어를 사용했을까요. 그것은 잘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