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으로 도출된 것만이 우월한 것”이라 말씀드리는 분들을 위해

토마스 쿤의 지성사적 사료 읽기 방법론을 한 번 참고하길 바랍니다

지성사적 사료 읽기 방법론이란?

  1. 토마스 쿤 자신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술을 읽는 괴정에서 게슈탈트 전환을 경험하면서 정립한 방법론

  2. 과거 과학자의 사료를 읽을 때 현재의 시각을 그대로 적용해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

  3. 과거 과학자들이 나름대로 정합적인 과학이론을 전개하고 있다는 가정을 일종의 작업가설로 삼고 사료를 읽어나가야 한다고 권고

  4. 과거의 사료들이 현재 우리의 인신론적, 형이상학적 가정과는 다른 것에 바탕해서, 종종 다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저술됐다는 사실을 명심할 것

이런 방법론에는 크게 2가지 의의가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일단 과거의 터무니없어 보이는 과학이론이 점차적으로 정합적인 것으로 보이게 될 수 있고 이런 지성사적 방법론이 과학기술의 역사를 연구할 때도 크게 유효했다는 것

아리스토텔레스는 기본적으로 “자연은 진공을 싫어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모든 것을 완벽하게 창조하는 신이 비어 있는 공간인 진공을 만들었을 리가 없다는 믿음으로 아리스토텔레스 사후로도 1500여 년 이상 아리스토텔레스의 진공 부정론에 입각한 자연 철학이 과학사상을 지배해왔습니다. 이와 같이 물질을 끊임없이 쪼갤 수 있다고 하는 믿음을 “연속설”이라고 하는 반면, 궁극에는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입자가 있다는 믿음을 “입자설”이라 하는데 이는 나중에 “원자론”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여기서 데모크리토스도 언급할만 하죠.

토마스 쿤의 게슈탈트적 전환은 역사적으로 매우 의의가 큽니다. 바로 쿤의 게슈탈트적 전환 덕분에 수학과 추상적 사고에 의존하는 과학론이 아닌 경험에 의한 사고가 중요하게 간주되기 시작했고 이를 토대로 오늘날 자연과학의 체계와 방법론의 기반이 형성됐기 때문입니다.

토마스 쿤의 과학관의 혁신적 특징 중 하나는 전통적인 과학관의 기본 믿음 중 하나인 “과학지식의 축적적 성장”에 매우 큰 타격을 가했다는 점이라 생각합니다. 쿤에 의하면 서로 경쟁하는 과학적 패러다임은 일반적으로 공약불가능합니다. 한 패러다임의 개념이나 연구업적이 다른 패러다임으로 완전하게 번역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죠. 이런 특징이 일어나는 이유는 패러다임이 단순히 “주어진” 문제들을 어떻게 풀 것인가에 대한 다른 방법론만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이해하는 방식, 그런 이해에 바탕하여 문제를 구성하는 방식, 문제에 대한 해답의 형태 등에 대한 다른 생각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