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1

공기는 수말의 가죽처럼 질기고 발굽이 열린 나무 아래에서 입술로 할수 있는 것,나 합니다

말은, 말은 너무 어려우니까

입술을 질겅거리며 씹는 일과 냅킨을 목에 걸고 자분자분 썰어 먹는 일 차라리 그걸 하겠어요

용기를 가지라니요, 용기보다 낮은 일회용접시 가득히 고이는 불그죽죽한즙 단숨에 넘지도 못하고 붙들려 있지도 못하고 내 피가 발목의 뼈를 다시 맞추는데요

그렇다고 내가 나무에 앉아있는 건 아니겠지요 설마 그건 아니겠지요, 내가 말을 타듯이 나무를 타고 내려오고 싶어도 뎅겅뎅겅 잘려나간 나의 발굽, 아니 발목, 나무 아래에서 내가 따먹고 아직도 말이 어렵다고 말이 어렵다고

공기를 찢고 다시 태어나기 전에 냅킨을 닦으면 묻어나는 입술의 자국 씹힌 자국을 지나치면서

할수 있는 말, 나 합니다

무제-2

내가 아주 어렸을 때 아버지께서 내게 물으셨지.

저 밤하늘의 별들이 왜 반짝이는 줄 아냐고.

어린 내가 대답하길 아빠, 별님들이 졸린가봐요.

아버지께선 절레절레 고갤 저으시고 말씀하셨지.

별들은 너무 멀리 있어서 우리 사이엔 많은 것들이 지나간다고

가려지고 또 가려지고, 희미해지다가 낮이 온단다.

사람들도 다 똑같아 멀리있으면 가려지겠지.

우리 사이엔 참 많은 것들이 지나가고 가려진다네.

가려지고 또 가려지고, 희미해지다가 낮이 온단다.

꿈-뻑 꿈-뻑 약해지고 희미해지다 낮이 온단다

+예전에 양산살때 집 뒷산엔 동굴과 땀구멍 사이, 그 어중간한 크기의 구덩이가 있었는데 신기하게 거기선 1년 내내 시원하더래요.. 그래서 꽤 자주 거기 놀러갔는데 정말 한여름에도 얼음이 얼고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게 신기했어요. 뒷산에서 내려올때 즈음엔 저녁시간이 다 되었었을까요.. 아마 산 중턱에 비닐하우스로 가건물을 새운 식당서 가마솥 뚜껑으로 삼겹살을 구워먹거나 백숙을 먹었더랬죠

그렇게 다 먹고나면 실로 어둑어둑한 밤이 나를 덮치는것 같아 너무 무서웠는데 아빠가 나한테 어둠이 아닌 별을 보라고 하셨어요.

앞에 올린게 그때 했던 대화죠! 너무 낭만있는 기억이었네요.

-23년 하반기 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