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가 지나면 모기 입도 삐뚤어진다 그랬다.
모가 제법 들어간 자켓을 두겹이나 껴입어도 아쉽지 않을 날짜인데도 때 아닌 더위가 기승을 부린 탓에 K는 내게서 선풍기 머리를 가져간다.

시월인데도 자기가 땀을 흘려야겠냐며 집 앞 오르막길에 괜시리 투정을 부리면서도
콜라는 역시 땀흘리고 난 뒤 마셔야 제 맛이 난다며 내게 응석을 부렸다. 그러면서 K는 내게 처서가 지나면 모기 입도 삐뚤어진다 그랬다.

나는 K가 삐뚤어진 모기 입을 흉내내는 모습을 좋아했다. 눈을 우스꽝스럽게 뜨고 입을 힘껏 오므려 쭈욱 뺀 얼굴을 보면 괜시리 표정을 따라짓게 만들고, 서로의 그 바보같은 표정을 보다가 웃음이 터져 같이 뒹구는 것도 좋아했다.

콜라는 맛있을 테고. 어쩌면 우린 환절기 감기에 걸리겠지.
여기 입이 삐뚤어진 모기는 없다. 아직은,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