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박정희 대통령은 현대 한국 보수 진영에서 정의하는 “보수주의자”와는 거리가 매우 멀다. 자유기업원이라는 대한민국의 경제 연구소를 보더라도 현재 우리나라의 보수주의는 미국에서 탄생한 “신보수주의(neoconservatism)”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볼 수 있다.

신보수주의자들은 하이에크와 프리드먼의 신자유주의 경제 담론을 정설로 받아들이며 케인즈주의에 기반한 정부 개입적인 경제 정책을 반대한다. 자연스럽게 신자유주의자들은 세계화에 우호적이고 민족주의적인 정체성에 대한 강조는 구시대적인 것으로 취급한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보수 진영에서의 수장이 된 이후로 신보수주의자들은 공화당에서 힘을 잃고 있으며 “고보수주의(paleoconservatism)”와 “우익 대중주의(right wing populism)”이 미국에서 자리잡고 있다. 고보수주의자들은 신보수주의자들과는 달리 세계화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기에 (반이민 성향) 민족주의적인 즉, 내셔널리스트 성향이 매우 강하며 신자유주의 담론의 핵심인 자유무역도 반대하고 보호무역주의를 고수한다.

하지만 미국에 대한 국방 및 경제 의존도가 높은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이런 고립주의에 가까운 보수 이념을 추구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정치 담론을 보면 진보 진영이 보수 진영보다 더 자주성과 민족주의를 중요시 여기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보수진영이 보다 더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서방이 주도하는 질서에 편입되길 원하는데 진보진영은 이에 전면적으로 반대하지는 않더라도 북한에 대해서도 한민족의 동포라며 더 유화적인 스탠스를 견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점을 두고 봤을 때 박정희 대통령은 현재 한국 보수주의자들이 온전히 품을 수 있는 인물이 맞는지에 대해서 우리가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긴 하다. 그의 경제 정책은 정부 주도하의 계획 경제 시스템이 주를 이뤘으며 그 누구보다도 민족주의를 강조했던 인물이다. 심지어 그의 임기 말년에는 리처드 닉슨과 지미 카터 대통령과 사이도 좋지 않았으며 미군의 철군에 대비해 핵무장까지 이휘소 박사를 통해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시작으로 비밀리에 지시했다. 다만 미국의 심한 반대와 NPT 규약으로 인해 그의 핵무장과 자주국방의 꿈은 말살된다.

박정희 대통령은 또한 요즘 한국 주류 보수 진영에서 대놓고 등한시하고 있는 유교 사상의 중요성을 매우 강조했던 인물이다. 특히 충효사상을 낡은 가르침이라 배척하는 당시 자유주의자들의 경향을 언제나 철저하게 경계했다. 그의 민족 중흥의 길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렇게 적혀 있다

“버려야 할 옛 것이 아니라 현대에 되살려야 할 아름다운 전통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에게 효도하는 정신의 근본은 자신에 대한 성실과 인간에 대한 사랑에 있는 것이다. 충효사상은 공동체 안에서의 조화로운 생활을 강조한 것이지만 그 출발점은 어디까지나 개인이다. 개인이 우선 자기의 마음가짐을 성실 하게 갖고 남에게도 참되고 진실하게 대할 때 그것은 인간관계와 사회 질서를 원만하게 유지하는 초석이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동방예의지국이라고 일컬어질 만큼 사람들 사이에 예와 신의를 중시해 왔으며, 아랫사람은 윗사람을 믿고 존경하며 윗사람은 아랫사람을 사랑하고 보살피는 것을 미덕으로 삼고 이를 실천해 왔다. 충효의 사상은 이러한 마음가짐을 먼저 가정과 사회에서 실천하자는 것이다. 부모가 자녀를 사랑하고 자녀가 부모를 섬기는 것은 윤리나 도덕을 말하지 않더라도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는 자연스러운 감정이 아니겠는가? 게다가 우리의 충효사상은 비단 자기 부모만이 아니라 남의 부모에 대한 사랑도 아울러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나의 부모님 ’이라는 말 대신 ‘우리 부모님 ’이라는 표현이 자주 쓰이며 또한 친구의 부모님을 대할 때도 나의 부모님을 대하듯이 공경하고 받드는 아름다운 미풍을 키워 왔다. 한마디로 충효의 본질은 인간 본연의 모습을 되찾아 공동체 안에서 조화롭고 따뜻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데 있다. 부모를 공경하는 마음으로 윗사람을 존경하고 자녀를 아끼는 마음으로 아래 사람에게 사랑과 관용을 베풀며 가정의 화목과 질서를 존중하듯 사회의 질서와 기강을 존중하는 것이다. 이러한 우리의 전통은 짙은 조국애와 민족애로 승화되어 국난에 처할 때마다 우리 겨레가 보여 준 투철한 호국정신을 뒷받침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