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현대문학 신인추천작 표제작, 유선혜 (심사위원 : 이근화, 장석원)
내 여자친구는 비만입니다. 온 세상이 고통이라서 허기에게 늘 집니다. 우리는 방이 두 개고 화장실이 하나인 집에서 빨래를 개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목이 죄다 늘어난 티셔츠를 접다가 포근한 보리수보다 헤픈 바다를 사랑해서 단맛보다 짠맛이 좋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녀의 미소 짓는 얼굴은 염주보다 동그란데 모든 일이 헛되고 무상해서 새로 돋아날 수가 없고 그래서 다이어트를 할 겨를이 없다고 합니다. 우리는 창밖을 보고 있었습니다. 아홉 번 태어난다는 포동한 고양이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전생으로 돌아가면 틀림없이 다시 태어나지 않을 겁니다. 적어도 우리로는 태어나지는 않을 겁니다. 그녀 없이는 아무것도 설명할 수 없어서 미안하다고 하자 인자하게 웃으며 더 나은 위로는 없냐고 합니다. 한밤중에 불이 켜진 부엌에서 라면을 끓이다가 어떻게 겨우 네 글자로 영원불멸을 적을 수 있냐고 묻습니다. 물이 끓으면 그녀는 부드러운 손짓으로 가스 밸브를 잠급니다. 그러고는 라면의 면발이 지방으로 가는 인과의 고리라고 속삭입니다. 그녀는 살에 있어서는 관념론자입니다. 슬픔이 잦은 나를 위해 매일 밤 침대에 눕고 서러운 명상에 젖어 나를 안아줍니다. 그녀의 외로운 팔뚝은 혼자인데 자유자재입니다. 내 여자친구는 온 세상이 걸려 있는 그물의 시작입니다. 방이 어두워집니다. 그녀는 책상 앞에 앉아 스탠드를 켜고 뾰족하지 못한 글씨체로 자기소개서에 위에 씁니다. 취미는 살아 있기, 특기는 고요하기라고요.
(줄나눔은 작가님이 하신 그대로)
대충 보면 내용 이해도 힘든데 이게 왜 잫쓴시냐면
불교의 개념을 무척 다양하게 가지고 왔어요.
예를들어서 자유자재, 망 이런 거까지 불교의 개념이에요.
그 개념을 가지고 매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묘사를 하고 있어요.
관념을 단지 관념으로 두지 않고
현실과 일상에서 직접적으로 닿는 것으로 끌고 오는 묘사에 성공햇어요
언어 자체는 그런 일상성에 어울리게 무척 일상적인거죠
“그녀의 외로운 팔뚝은 혼자인데 자유자재입니다”
이 행에서 그녀는 천수천안관자재보살과 대칭성을 가지고 있어요.
어느 정도 불교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이미지가 구성되는시에요.
천수천안 관자재 보살은 손이 천 개 눈이 천 개 있어서
어디든 위험에 처해서 도움을 요구하는 사람이 자신을 부르면
자유자재로 그 곳에 가서 사람을 구한다는 보살이죠
굉장히 고도의 유비추리, 수사학적 방식이 담겨있어요